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유선경 지음
위즈덤 하우스
대학때만 해도 친구들이 내게 사람들이 안쓰는 옛날말을 쓴다고 놀리곤 했다.
난 원체 비속어, 은어를 싫어하기도 했고 책을 읽다 만나는 새로운 어휘들을 일상에서 사용하는데 즐거움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생활에 치이고 살림살이에 밀리면서 독서량이 줄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어휘란 늘 뻔해지면서
그리고 인터넷을 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기까지하니
소위 말해서 속된 말만 잔뜩 사용해서 내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놀랍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도 대박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해도 대박
속상해도 대박
짜증나도 대박
난 어느새 모든 감정을 대박이란 한 단어에 모두 담아버렸다.
그리고 어린 딸을 낳아 키우면서
내가 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유산이 무엇인가.
남들처럼 일하고 돈 버는데 재주가 있어 물질적인 재산으르 물려줄 수 있느냐하면 그건 정말 나랑은 먼 이야기다.
최소한의 노동만 하면서 살고 싶은 내게 소처럼 일하고 아끼고 모으라는건 인생관과도 대치된다.
그렇지만 나도 남부럽지 않고 내 자식을 키워내고 싶다.
돈 버는데 뜻이 없다고 해서 자식을 아무렇게나 방치하고 싶은 부모가 있을까.
그런 내 눈에 들어온 어느 책에서
문화적 자산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내가 자식에게 다른건 몰라도 제대로 말하는 법, 표현하는 법,
나아가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는게 정말 큰 자산이 되겠구나 하는 깨달음.
그래서 그때부터 신경 쓰기 시작했다.
바르고 온전한 문장으로 말하기.
건강하게 표현하기.
몇 백 단어만으로 일생 말하고 생각하고 사고하는 사람의 삶이란 얼마나 척박하고 빈곤하고 공허할까.
유선경은 말한다.
우리가 어휘력을 늘리는건 결국 살기 위해서라고.
나도 그렇다.
내가
내 자식이
살기 위해서
어휘력은 얼마나 중요한가.
그런데
그렇게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어도
내 어휘력은 나날이 가난해져만 가니
극약처방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던 차에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를 만났다.
2022년부터 두꺼운 노트 한 권을 장만해서 독서록을 쓰고 있지만
내가 다량의 책을 읽고 그 안에서 좋은 문장을 찾아 기록하는데에는 정말로 많은 품과 노력이 든다.
그랬기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쉬이 나아지지 못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이정도 치트키의 도움을 받아 질러가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그런 내 니즈에 딱 맞아 떨어지는 책이다.
134편의 양서에서 발취한 아름다운 문장들이 보물상자처럼 빛을 내며 들어앉아 있는 이 파란 노트는 진짜 보물이다.
중간중간 내가 글을 써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사실 아직 이 부분이 부담스럽다.
그리고 여기서 부담을 느끼며
내가 그간 정말 척박하게 살아왔구나.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어깨에 작은 질환이 생겨 하루 한 장 꾸준히 필사가 어렵게 되버렸지만
치료가 끝나면 다시 찬찬히 필사하며 이 보물상자의 보물을 하나하나 모두 내 안에 새겨 넣고 싶다.
필사에 편하게 양장커버와 분리 제본되어 있다.
책이 180도 펼쳐지고 종이도 두꺼워 평소 아껴둔 만년필로 적어도 무리가 없으니 소중하게 아껴두었던 만년필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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