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리뷰

다시 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소마미술관

메이메이 2023. 6. 12. 23:33

극성 엄마로서 이런 전시는 놓칠 수 없지!

하지만 본인 의견을 묻지 않고 외출하는걸 싫어하는 아이여서 미리 전시 작품 몇점을 보여주며 이런 그림 전시하는데 보러 갈래? 물어봤습니다.

이중섭의 황소 그림을 좋아하는(줄 알았어요) 아이는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우르릉 쾅쾅 치는데 소마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날씨가 참말로 요상하더라구요.

 

일기예보에서도 비가 온다고 하고 정말로 대기가 불안정해보였거든요.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비가 오지 않아서 미술관 뿐 아니라 올림픽 공원까지 잘 다녀왔답니다.

 

 

이 그림을 보며 제가 저도 모르게

 

"이건....좀...."그랬더니 아이가 "이건 나도 그리겠다."라고 해서 민망했습니다.

 

집에 박수근 책이 있어서 아이가 익숙하게 보던 박수근 그림들.

 

반가워하면서 좋아할지 알았는데 아이는 박수근 그림에 무관심 했답니다.

 

저도 사실..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원화로 보니까 사진으로 보는것과 다른 느낌이 있더라구요. 우둘투둘한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넣은것 같지 않냐고 묻는 친구 말을 듣고 봐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어요.

 

친구는 디자인을 해서 그런지 확실히 보는 시각이 다르더라구요.

 

 

 

즉 하늘이나 산, 수목, 동물과 같은 원시적인 물상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들에게 일종의 희열을 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인성-향토를 그리다. 대한일보 1934년 9월

 

 

 

 

 

벽 전체에 이렇게 한눈에 한국 근현대사를 볼 수 있게 정리해두었더라구요.

 

전체를 다 볼 수는 없고

 

아이에게 한 사람 그냥 딱 마음에 드는 사람 골라서 보자. 했더니 유영국을 골랐습니다. 그냥 이름이 마음에 들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아이랑 유영국의 삶 전체를 자세히 읽어봤어요.

별 생각없이 그렇게 한거였는데

아이는 이후 전시를 보면서 유영국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그림에 관심도 보이고 더 자세히 보더라구요.

 

어차피 8살 아이가 한국근현대미술사를 다 이해할 수 없다면

이런 관람법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자그마한 모니터로 전시회 작품의 작가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마침 앉고 싶기도 했고 아이가 유영국을 보고 싶다고 해서 한참을 봤습니다.

 

나혜석 을 보더니 아이가 예쁘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나혜석을 보며 참 앳되다. 생각 들었습니다.

 

아무튼 글을 보면 무조건 읽는 아이는 앉아서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게 꽤나 즐거웠던 모양입니다.

 

저랑 아이가 앉아 있을때는 사람들이 이 모니터에 별 관심이 없는지 아무도 없었는데

 

나중에 지나가면서 보니 사람들 십수명이 서서 보고 있더라구요.

 

우리가 운 좋게 편하게 앉아서 봤구나 싶더라구요.

 

 

포스터에도 있는 이쾌대의 자화상

 

그래서 저도 찍어보았습니다. 

우리 역사가 암울했던 탓일까요. 전체적으로 어두운 그림들만 보다가 이 그림을 보니 따뜻하게 보였습니다.

배운성의 가족도 입니다.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변월룡 그림입니다.

 

변월룡의 다른 그림도 다 좋더라구요. 평양의 누각을 그린 그림과 분노하는 인민은 분위기가 정말 다릅니다.

 

같은 화가의 작품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답니다.

 

이성자 그림은... 그림보다 이 서명을 한참 들여다보았던거 같아요.

 

왜 이가 rhee지? 싶어서요.

 

 

아이가 연표에서 우연히 찍어서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된 유영국의 비상구 입니다.

 

"유영국이다!"라며 반가워하며 감상하더라구요. 덕분에 저도 몰랐던 화가에 대해서 깊숙히 알게 된 느낌입니다.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다. 산을 그리다 보면 그 속에 굽이 굽이 길이 있고, 그것이 인생인 것 가타서 내 그림의 산 속에는 여러 모양의 인생이 숨어 있다. 단순화는 복합성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유영국-

굿즈샵에서는 캔버스에 숫자대로 물감을 칠하는 걸 샀습니다.

사실 아이가 이런걸 잘 못하는데 같이 간 일행들이 다 이걸 사서.. 그냥 하나 사주었어요.

 

일행 중 한 아이는 벌써 완성했던데 정말 근사하더라구요. 우리집 액자는 언제 완성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교과서에 나오는 화가들 그림이니까 애한테 보여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간거였는데

 

새롭게 느껴지는게 많았습니다.

 

근현대사에서 한국의 상황을 볼때 당시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은 형편이 남달랐을 거라는 생각에 괜히 거부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예술은 그저 예술일 뿐인데 말입니다.

 

아래 사진은 8살 아이가 전시에 대해 느낌 감상을 두서없이 적은거에요.

아이가 이렇게 긴 글을 적은게 처음이어서 대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첨부합니다.

 

적어내려가는데 꼬박 40분이 걸렸답니다. 

 

[이 글은 초대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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