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꽂이 좋아하는 아이가 꽃꽂이를 배울만한 수업이 없어서
동작구 수업까지 신청해서 가게 되었다.
너무 먼가? 싶었지만 의외로 가까웠다. 집에서 버스 한 번만 타고 가면 되니까. 그정도면 뭐.
이것이 길을 헤매게 된 계기가 될 줄이야.
예전 아이 4살때 시간제 어린이집 다녔던 곳에 가볼까 싶어서
비슷한 위치일지 알고 이쪽으로 갔다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느낌.
그래도 아이가 좋아하던 사과나무를 만난건 반가웠다.
그래서 사진 찍음.
그리고 버스에서 내려서 무려 25분이나 걸어서 겨우 도착한 청소년 아트 아지트.
가면서 아이랑 이야기 나누었다.
여기 진짜 힘들다. 여름엔 오지 말자.
아니. 다시는 오지 말자.
그러면서 갔다.
이게 그냥 평지도 아니고 오르막길을 25분 걷고 돌아다녔더니 기진맥진. 땀도 뻘뻘.
그러나.
아지트는 들어가자마자 시원했다.
그리고 슈링클스를 좋아하는 아이는 슈링클스를 보자마자 갑자기 "엄마, 여기 또 오자." -.-;;
정말 5분 전만 해도 여기는 오늘이 마지막 방문이라고 다시는 오지 말자고 하더니.....
슈링클스는 이런저런 지역 축제에서 적게는 1천원부터 많게는 6천원까지도 내고 체험을 했던건데
여기서는
무려.... 무료다.
이곳의 혜자로움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으니...
하루에 1인당 1개씩만이다.
이건 뭐 당연한거 아닐까.
지난 5월에 신림역 도림천 축제인가에서 어린이날에 6천원주고 체험했던건데.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작은 종이에 두 개의 그림을 그렸다.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를 올리면 이런 텀블러를 준다.
50자 이상 적어야 하고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낯선 난 사실 스토리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게시글로 올렸는데
거기 계신 선생님이 크게 도움을 주셔서 해결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텀블러 겟!
입구가 그냥 통으로 넓은거였다면 더더더더 좋았겠지만
이거라도 어디냐며.
^_^
자.
오늘의 메인.
선을 찾는 꽃꽂이 수업 시작이다.
홍가시나무, 솔리라스터, 사루비아(말만 들어봤지. 꽃 도감에서나 봤지. 사루비아 꽃을 본 건 처음이다), 거베라, 폼폼이 거베라가 준비되어 있었다.
저 파란꽃이 사루비아다.
사진은 파랗게 나왔으나 보라색이다.
생화를 가위로 자르고 다듬는걸 유난히 좋아하는 8살 아이는 신나서 꽃꽂이 시작.
바닥에 짧은 거베라는 아이가 그렇게 의도한게 아니라
아이가 꽃 바로 아래를 잡고 꽂는 바람에 꽃대가 댕강 부러져버려서 어쩔 수 없이 저렇게 살아남은 윗부분을 살려서 꽂은건데
결과적으로는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꽃꽂이만 끝나면 집에 바로 가자고 하더니.... 뭣이 그리 좋았나 아이는 돌연 여기 문 닫을때까지 있잔다.
어린이용 작은 포켓볼을 해보았다.
아이가 잘 못해서 금새 흥미를 잃었다.
상어 아일랜드.
한무리의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아이가 하고 싶어해서 우리도 해보았다.
그런데.. 한 무리의 아이들이 에러플을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녀석들....어쩐지 이상하더라.
아무튼 아이랑 두 번이나 이 게임을 했다. 난 세상 재미 없는데 아이는 재미 있단다.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도 하는 애가 이런걸 재미 있다고 하는거 보면... 그냥 아이 수준은 이정도가 맞는건가 싶기도 하다.
드로잉 존에 종이가 무려 띤또레또
인터넷으로 보고 살까 하다가 좀 비싼거 같아서 구매 포기했던!
황송한 마음으로 드로잉을 해보았다.
다양한 그림의 마스킹 테이프와 다양한 도안이 준비되어 있어서 무엇을 그릴 것인가 소제에 대한 고민을 안해도 좋고
그림을 잘 못그린다면 드로잉 패드에 불을 켜고 도안을 밑에 깔고 위에 내가 그릴 종이를 올려 스케치를 할 수 있으니
못그려도 걱정할게 하나도 없다.
우표값이 오르기 전의 진짜 우표란다.
별거 별거 다 있는 아트 아지트다.
마카로 살짝 색도 칠해보았다.
사진엔 없지만 정말 다양한 보드게임이 있었다. 게다가 모두 세심하게 보드게임 뚜껑에 설명으로 연결되는 큐알까지 만들어서 붙여두셨다.
아이들을 위한 비즈 만드는 코너, 네일아트 코너, 중학생 이상부터 체험 가능한 무드등 만들기(아이랑 해보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키트를 사려고 했던거라 우리도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중학생부터 가능하단다. ㅠㅠ아쉬워라.), 가죽가방만들기(이것도 중학생부터 가능하단다), 3D펜 체험, 닌텐도 게임, 캠핑체험 용품 대여(불멍 난로같은거랑 같이 빌려주시면 테라스로 나가서 분위기 잡기 좋을것 같았으나 오늘 비 예보가 있어서 안했다.그런데 비는...안왔음), 추운 사람을 위한 깨끗한 담요, 깔끔한 방석, 휴식을 위한 공간(편안하게 신발 벗고 올라가서 반누운 자세로 앉아서 쉴 수 있는 곳), 인스타갬성 넘치는 화장실까지.
아 그리고 1인 1음료가 가능한데
아이스티, 레모네이드, 자몽에이드 등이 있었다.
우린 더현대의 웰컴드링크 자몽에이드가 맛있어서 그 맛을 떠올리며 자몽에이드를 부탁했는데
맙소사.
더현대의 자몽가루로 탄 달콤한 맛을 기대했다가
진짜 자몽 건더기가 둥둥 떠다니는 자몽청이라니.
사실 난 너무 좋았다. 하지만 아이는 자몽 특유의 쓴 맛이 나는 자몽에이드를 안마심.
넌 왜 그렇게 입맛이 저렴하니. 이게 더 좋은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내가 그냥 혼자 시원하게 다 마셨다.
과자, 초코파이같은것도 비치 되어 있고 오렌지 쥬스와 포도쥬스, 마이쮸 거기에 웰컵스낵으로는 작은 하리보까지.
그리고 요즘은 정말 귀해진 맥심 인스턴트 스틱 커피도 있었다.
난 너무 땀 흘리며 걸어가서 마시지 못했는데. 추운 날 믹스커피 한 잔이면 추위도 녹이도 허기도 달래고 이런저런 향수까지... 정말 좋은데. 다음엔 꼭 마셔보리라.
어린이들은 다섯번 방문 도장을 찍으면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단다(이건 선착순 50명이라고 해서 큰 기대 없이 첫번째 도장을 찍었다).
아이랑 꽃꽂이할 때는 선생님이 돌아다니면서 근사한 디카로 사진을 찍어주시고 나중에 사진을 셀렉하면 인화도 해주신다.
처음 갈 땐 꽃꽂이만 하고 비 쏟아지기 전에 집에 오자.는 마음이었는데
정말로 문 닫을 때까지(는 아니고 조금 일찍 나섰다) 무려 4시간 30분이나 놀다 왔다.
그리고 집에 올때... 깨달았다.
우리가 가는 길을 무지하게 돌고 돌아 헤매면서 갔구나.
도보로 10분이면 충분한 거리였구나. ㅠㅠ
그렇거나 저렇거나 이곳 프로그램은 모집 시작 후 초단위로 마감이 되버리니 허들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토요일 프로그램에 내 개인일정까지 겹쳐서 한 두 번 빠지면....
아.. 다음달에나 방문이 가능하겠구나. 아쉽다. 아쉬워.
8살 아이도 꽤나 마음에 들었나보다.
다음엔 아빠도 같이 가서 캠핑용품을 빌려서 테라스에서 분위기 한 번 잡아보기로 약속 했다. ^_^
불멍용품도 주신다니(조화와 바구니 등도 빌려주신단다. 뭐랄까... 갬성을 아는 분들이시다). 기대만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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