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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이야기 95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김영하

살다보면 이상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아침부터 어쩐지 모든 일이 뒤틀려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하루 종일 평생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들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나씩 하나씩 찾아온다. 내겐 오늘이 그랬다. 특이한 느낌을 주는 여자였다. 내 코엔 그 냄새가 난다. 그것은 청결한 화장실과 비슷하다. 물기 하나 없이 깨끗한 바닥.미미한 방향제 내음. 개방된 은밀함. 금세 씻겨나간 더러움 같은 것들. 네 몸이 그립다. 안고 싶고 빨고 싶고 네 속으로 들어가 똬리를 틀고 싶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만나야 할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나는 오 년 전에다 겪어버렸다. 그후로는 사람보다는 책이, 책보다는 음악이, 음악보다는 그림이, 그림보다는 게임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추억을 사랑..

1월 말에 빌려왔는데 코로나때문에 도서관이 폐쇄되며 우리집에서 오늘까지도 함께하고 있는 책이다. 스티븐 킹도 별로고 무서운건 더 별로여서 안보고 있다가 너무 심심해서 봤다. 도서관 폐쇄로 다른 책을 빌릴 수 없는게 더 큰 이유기도 했지만 전염병으로 전 세계가 들썩이는 이때 그리고 전염병의 박멸보다 경제위기가 더 무서운 정치인들이 상황을 더 꼬고 있는 현대에 이런 소설까지 읽고 있자니 이게 허구로 다가오지 않는다. 최근 읽은 트리피드의 날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느낌 셀은 재미있는 재난영화보는 느낌 트리피드의 날은 진짜 공포소설. 20년 11월 10일에 또 쓴 메모가 있어서 추가함. 셀저자스티븐 킹출판황금가지발매2016.07.29. 어느 평범한 날의 오후 3시. ​ 모든 사람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려요. ..

죽여마땅한사람들-피터스완슨

죽여 마땅한 사람들저자피터 스완슨출판푸른숲발매2016.07.22. 도서관에서 책이 깨끗하고 제목이 중2감성이라 그냥 빌린 책. 사실은 약간 이 책이 일제시대 일본에 부역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까 혼자 생각하다가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외국인인걸 보고 그럼 프랑스에서 2차 세계대전때 독일에 부역한 사람들에 대한 숙청 관련인가? 했다. 난 참... 정말 뜬금없기도 하지. 이건 그냥 소설책이었다. 에잇- 실망. 그래도 살인, 불륜, 복수 뭐 이런게 얽혀 있으니 게다가 매력적인 사이코패스 주인공이라니. ㅍㅎㅎㅎㅎㅎㅎㅎ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재미난 책이다. 후반부에서 아버지의 "비명"에서, 어머니의 환경운동에서 희망을 보는 날 보며 난 정말 이 사이코패스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구나 느꼈다. ㅋㅋ 재..

월요일의 마법사와 금요일의 살인자

월요일의 마법사와 금요일의 살인자저자추정경출판돌베개발매2020.07.24. 월요일의 마법사와 금요일의 살인자 사람들을 9개 등급으로 나눠서 정보공개를 철저하게 분리한 세상이 배경이다. 허구라고 하기엔 우리 현실이 그다지 정보에 있어서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오히려 철저히 허구로 볼 수 없어서 불편하다. 뻔하고 진부한 설정이지만(사실 이런 설정은 이미 너무 많지 않나 싶기도 하다) 재미있다. 주인공들이 진실을 밝혀냈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왕 허구라면 그냥 막 장미빛으로 흘러가도 괜찮은거 아닌가? 이 팍팍한 세상에 소설까지 이렇게 현실적이어야하나? 그렇다고 막 엄청 현실적이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아무튼 포지션이 좀 애매한 소설이었다. 그래도 책장은 쉽게 넘어가고 재미있게 볼..

노동을 보는 눈-강수돌

노동을 보는 눈저자강수돌출판개마고원발매2012.12.07. 48쪽 공장에서 도망갔다 잡히면 등에다 'S'자 도장을 찍게 하고 또 도망가면 한 쪽 귀를 베게 했으며, 그래도 또 도망가면 바로 죽일 수 있게 했다. 실제로, 영국 왕 헨리 8세 치하에서 그렇게 죽은 사람만 해도 무려 7만명이 넘었다. 58쪽 바로 이런 현실을 경험한 노동자들은 그 자녀들에게 "앞으로 네가 차별받지 않고 살려거든 이렇게 해야한다"며 "공부를 잘 해야..." 또는 "일류대를 나와야..."라고 강조한다. 이런 식으로, 노동자들끼리 소통하고 힘을 합치기보다 개인의 능력을 키우고 인정받으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노동자들 내부에서 분열과 경징이 심해진다. 그리고 이는 부당하고도 은밀한 차별의 틀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보다 주어진 차별의 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