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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인조 1636,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메이메이 2023. 3. 20. 23:15

인조 1636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지음

북루덴스

총351쪽

초판발행 2023년 3월10일

 

몇 년 전에 내가 역사를 너무 모르는것 같아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었다.

만화로 되어 있지만 정사에 충실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면서 조선사에 대한 윤곽을 잡을 수 있어 좋았다.

 

사실 인조에 대한 부분은 재미가 없다. 만약 병자호란이 남의 나라 역사라면 재미있게 읽히겠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여서일까. 접할때마다 답답하고 화가 나고..... 그래서 재미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한 떨어져서 보면 병자호란에는 드라마가 있다. 일부러 지으라고 해도 지을 수 없는 이야기.

일찍이 김훈작가가 남한산성을 쓴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미국의 전쟁터가 된지 일년이 넘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일이 먼 나라의 일로만 느껴지지 않는건 우리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일거다. 

 

그 어느때보다 외교가 중요하고 정권의 유능함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배운다. 하지만 지도자는 실수하고 넘어지면서 배워서는 안된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의 삶의 걸려있다. 그렇기에 역사를 통해서 배워야하는 것이다. 

반정으로 왕이 된 인조가 정통성에 대해서 컴플렉스가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반정에 대한 두려움으로 군사 훈련을 막고

역모라고 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국법도 무시하며(여든 살이 넘으면 참수를 면하게 되어 있었는데, 임진왜란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웠던 정인홍까지 참수)

몽진과 파천을 쉽게 한 인조

 

원래도 인조가 도망을 잘 갔다고 알고 있었지만

인조 1636을 통해 인조에 집중해서 읽어보니 이건 정말... 내가 백성이라도 홧병이 날 지경이다.

 

반정을 주도한 공신 책록 역시 너무나 불공정하게 해서 결국 이괄의 난의 빌미를 제공하고,

자신의 책임을 피하려고 거짓으로 장계를 올리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데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이 장을 몇십대나 맞게 하는 등 전체적으로 정권이 무능 그 자체다.

 

승정제가 홍타이지의 계책에 속아 원승환을 책형에 처하고 결국 그로 인해 멸망을 앞당긴 명나라도 그렇고(125쪽)

 

정권과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병자호란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자꾸만 화가 난다.

 

가짜 왕제 사건(152쪽)이며 다른 나라 군사를 끌어들이려다가 다시 명령을 취소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한심하다. 

 

책의 구성은 소현세자와 강빈. 그리고 세 아들의 죽음까지 다루고 있다.

 

소현세자와 강빈의 죽음에 관해서는 소설이나 만화로도 많이 나와 있어서 잘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인조반정부터 이어서 보니 더 안타까웠다.

 

역사에 가정이 아무 소용 없다지만

 

소현세자가 왕이 되었다면....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의가 외면당하고

불의가 앞에 나서는데 막아서는 세가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책의 말미에는 남한산성에 대한 설명과 둘러보기 좋은 길, 지도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저자가 20여년간 성곽을 연구했다더니 남한산성에 대한 유근표의 애정과 열정이 엿보인다.

 

인조 1636 외에도 저술을 살펴보면 그의 연구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누군가의 인생을 건 열정의 부산물이라도 귀할텐데

그게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꼭 기억하고 배워야할 역사에 대한 부분이라면 그 중요함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조금 화가 나고 답답하긴 하지만 역사로부터 배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글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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