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는 책이야기

[서평]당신은 전쟁을 몰라요-우크라이나에서 온 열두살 소녀, 예바의 일기

메이메이 2023. 3. 18. 00:24

제목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글쓴이 예바 스칼레츠카

손원평 옮김

생각의힘

 

내가 전쟁이라는 단어를 배운 건 8살 때였던걸로 기억한다. 이승만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배우면서 이승만을 위인처럼 찬양하는 책을 보며 '전쟁'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무엇인지 이해했던것 같다. 

 

하지만 그건 그냥 그런 말이 존재한다는걸 인식한 것이지.

 

전쟁이 어떤것인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군인들끼리 싸우는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가 "안네의 일기"를 읽고 그야말로 크나큰 충격에 빠졌다.

 

예바도 썼지만 전쟁 중에는 어떤 경험도 같지 않다.

 

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그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난 우생학이 무엇인지 , 히틀러가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납득이 안되어 독일의 당시 정치 경제적인 상황에 대한 책도 찾아 봤다. 

 

그렇다고 해서 성인이 된 지금의 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해할 수 있느냐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에 대한 책도 읽었는데 읽고 나니 외교라는게 사실은 진정한 약육강식이 아닌가. 인간은 모두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없는가에 대한 회의만 들었다. 

 

 

 

예바 스칼레츠카의 행복하고 평화로운 일상의 절정인 생일파티날부터 일기는 시작된다. 

이 일기가 이렇게 이어졌다면 십대 소녀의 에세이 정도가 되었을테지.

 

그렇지만 예바가 살고 있는 하르키우는 러시아와 국경이 접해 있는 근처였고, 2022년 2월 24일에 러시아 지상군은 우크라이나로 진입했다.

 

그리고 예바의 일기는 르포가 되었다. 

 

열두살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바는 조숙하고 생각이 깊으며 관찰력도 좋다.

 

50쪽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

 

언젠가 재난상황에서 살아남기 관련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도 살아남기 위한 가장 큰 덕목으로 "살고자 하는 의지"라고 했다. 

 

겁먹고 자포자기 해버리지 않고 용감하게 스스로를 돌보고 구했으며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93쪽 왜? 전쟁터에서 싸우는 것보다 도시에서, 매일 뭔가를 파괴하는 게 낫다는 말인가. 하르키우는 조금씩 조금씩 파괴되고 있다.

 

예바의 글을 읽는다고 해서 예바가 겪고 있는 전쟁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 이해하고 있다고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자신의 일이 되면 모르고 있었다는걸 깨닫곤 하니까 말이다.

 

전쟁에서는 전쟁터가 따로 없으며 군인도 따로 없다.

우리 삶의 터전이 전쟁터가 되고 전쟁 속에서 민간인은 무너진 행정체계 아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군인은 최소한 명령체계 안에서 움직이니 말이다)

 

요즘은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속된말로 무지성으로 전쟁이나 나버리라고 하는 어린 친구들을 본다.

 

전쟁이 가진 참상을 먼 역사에서 피상적으로 찾으려고 하지 말고 

 

여러분들이 유럽여행으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우크라이나를 거쳐 헝가리에 갔던 그 길 위에서

 

2022년에 어린 소녀와 할머니가 여권도 챙기지 못하고 태어나고 자란 집을 떠나 언어도 다른 아일랜드에서 난민이 된 이야기를 본다면

 

조금은 느낄 수 있을까.

 

 

 

*이 글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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