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는 책이야기

백석 전 시집: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메이메이 2023. 8. 29. 23:41

백석 전 시집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시인들이 좋아하는 시어들의 향연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스타북스

초판 발행 2023년 7월 25일 

지은이 백석

총 239쪽

 

백석(1912~1996)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백기행.

조선일보 장학생으로 도쿄의 아오야마 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조선일보 편집부에서 근무.

조선일보를 퇴사한 뒤 함흥영생교보의 영어 교사.

해방 이후 고향인 정주로 돌아가 북에 정착했다. 

 

2023년에도 대통령이 광복절 연설문에서 종북 타도를 외치는 작금의 남한에서

북에 정착한 사람인데도 이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건 그의 시가 가진 가치가 얼마만큼일지 그 자체만으로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백석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여승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건 알고 있다. ^_^ )

 

우리는 시를 어려워한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서 시를 배울때 그 간결한 문장 사이사이에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펜을 들고 선생님 지시대로 줄을 긋고 메모를 해야했기에

내가 느끼고 음미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줄을 긋고 암기해야하는 그저 국어과목에서 어려움 역할을 담당하는 킬링 문항쯤? 그런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난 백석의 "여승"이 지닌 처연함을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갑자기 우리나라 국어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겠다는것이 아니라

 

교과과정에서 만나면 이상하게 삐뚤게 보이는 학생의 어린 마음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백석을 만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고 싶었다. 

이 얼마나 명료한가.

 

내 것은 내가 먹고

네 것은 네가 먹어라.

 

감자를 가지고 이렇게 속 시원하게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니.

 

 

이번에 스타북스에서 나온 이 시집은 백석의 시집 중 가장 많은 시가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시집이 다 그러하겠지만 가볍다. 하지만 가벼우면서 튼튼한 하드커버에 줄끈까지 들어 있는 백석 전 시집은

백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이제 백석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적당한 책이다.

뭣보다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방언들에 대한 각주가 상세해서 좋다.

 

시의 아름다움을 빼고 본다고 하더라도 백석의 시들은 마치 언어의 박물관같다.

 

언어는 살아있어서 사용하지 않으면 잊혀지고 지워진다.

 

누군가는 요즘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진짜 살아있는 현재의 언어라고 할 수도 있다.

같은 말이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사용하는게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에서라면 다르지 않을까.

 

시는 같은 의미의 단어를 쓰더라도 닫힌 소리인지 열린 소리인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백석의 시에서 이렇게나 다양한 지역의 토착어를 섞어 한 편의 시에 묶어 내 놓은데에는 그의 의도가 있다. 

 

어느 때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본다.

 

오늘 만난 지인이 내가 시집을 보는걸 보더니 말했다.

 

"요즘 시집... 정말 귀한데. 시집을 보네."

 

시집도 귀한 요즘, 백석의 귀한 시들을 감사하게 만난다.

 

시집을 보다가 써서 그런가. 

 

뭔가 감성적이 되고 앞뒤도 좀 안맞는것 같은 느낌이... -.-;;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157쪽

시를 읽어서일까

내 마음이 17살 소녀로 돌아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