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뿌쉬낀하우스의 가볍게 읽는 도스토옙스키의 걸작선이라는 문구를 보고는 하 소리가 절로 나왔다.
도스토옙스키를 가볍게 읽을 수가 있나?
중학교때 처음 죄와벌을 읽다가 이게 뭐야 싶어서 그만두어버리고는
대학 다닐때 다시 도전해서 겨우 완독을 했으나. 무슨 벽돌책을 읽은마냥 오래 걸리기도 했고 재미도 잘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도스토옙스키를 내가 가볍게 읽을 수 있을까.
가장 큰 장벽은 역시 그 어려운 러시아 이름들의 향연.
그러나 김인경 옮긴이의 배려인지 뿌쉬낀 하우스의 기획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려운 러시아 이름 뒤에 괄호로 우리가 기억하기 쉽게 이름을 써준 센스로 읽는 내내 이름 때문에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것은 정말 러시아 소설을 읽는 독자에 대한 따뜻함~~~~~
일단 책이 얇고 가볍다.
얼마나 작고 가벼운지 내 원피스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여서 편하게 원피스 주머니에 책을 찔러 넣고 까페로 향했다.
새롭고 잘 읽히지 않을 것 같으며 어려운 책을 시작할 땐 늘 까페에서 시작하는 습관이 있어서 간건데.
이럴수가
백치는 그럴 필요가 없는 책이었다.
그냥 아무데서나.
지하철에서든 식탁에서든 쇼파에서든 침대에서든 어디서나 가볍게(정말로 무게가 가볍기도 하므로) 꺼내서 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책이었다
사실 도스토옙스키 하면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죄와벌이나 알았지. 나머지에 대해선 몰랐던 탓도 있겠다.
처음엔 목차를 보고 당황했다.
이... 이건.. 파본인가?
의심스러워서 출판사의 책 소개 페이지를 다시 찾아봤다.
파본이 아니었다.
정말 이런 차례라니.... 독특하지 아니한가!
지금 이 책을 다 읽고 나니(정말 단숨에 읽히는 재미난 책이다) 목차가 왜 없는지 알겠다. 챕터 챕터에 제목을 단다는게 뭔가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하고 가끔은 소제목 때문에 내 생각이 그 소제목 안에 갇히게 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건 소제목이 없으니 내 생각이 해방되는 느낌이다.
난 죄와벌만 보고는 도스토옙스키가 인간의 본질 뭐 그런것에 천착하는 천재 작가 뭐 그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매우 대중적이고 재미난 이야기로 포장까지 할 수 있는 진짜 천재 이야기꾼이었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라도 그 메시지를 지리하게 전달한다면 그건 이미 문학이 아니다.
그런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아내면서 이렇게 재미나게 쓸 수 있다니.
도스토옙스키.
허명이 아니었구나!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도스토옙스키 이름만 듣고 어렵다고 뒷걸음질 칠까봐 걱정이 될 지경이다.
이 재미난 이야기를 작가가 너무 대문호라 오히려 기피당한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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