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단할거 없는데 그래도 소개글을 적기로 한건요
다들 보드게임을 선택하실때 너무 아이용으로 출판된 게임만을 염두에 두시는거 같아서에요.
지인들 집에 가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게임들.
셈셈피자가게, 쿼클, 라온, 다빈치코드, 러시아워, 루미큐브, 블로커스, 젬블로....
뭐. 다 좋은 게임이죠.
하지만 제가 지인들의 집에서 저런 게임들을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뭐냐면요
저걸... 엄마 아빠가 같이 하면서 즐거울까?
눈치가 아주 꽝이거나 둔감한 스타일의 아이가 아니라면
그러니까 대부분의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자기랑 놀면서 즐거운지 지루한지 다 알죠.
그래서 전 부모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을 추천해드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뭐...그래도 개인차가 있는거니까요.
제가 보드게임을 좋아하다보니 아이가 3살때부터 아이 친구들과 같이 보드게임을 시켜봤는데요.
정말 아이들도 어떤 게임은 좋아하고 어떤 게임은 싫어하고 취향이 다 있더라구요.
3살때. 그러니까 18개월에 저희 아이가 시작한 첫번째 게임은요.
도블 입니다.
도블은 같은 그림만 찾으면 되는 간단한 게임이에요.
18개월 아이랑 하다보니 사물의 이름을 가르쳐주는게 더 어렵긴 했어요.
도블이 얼마나 아이를 매료시켰던지
혼자 조용해서 들여다보면 자기방에서 혼자 도블을 하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당시 아이의 친구들.(아이 친구들 중에서는 저희 아이보다 생일이 느린 아이는 한명도 없어요. 모두 아이보다 생일이 빠르거든요. 심지어 아이랑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친구는 당시 이미 29개월이었어요. 그러니까 두돌정도 수준으로 보시면 적당하실듯해요)에게도 같이 시켜보았는데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엄마들이 다같이 공구했던 게임입니다.
그리고 이때 좋아했던 게임이 드라큐라 잠재우기(돈언더)에요. 하지만 현재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임이라 이건 그냥 넘어갈께요.
그리고 코보게 인스타 이벤트에서 받은 뉴흔들흔들해적선.
이것도 그냥저냥 좋아했어요. 하지만 빅히트 게임은 아니었네요.
4살이 되면서 좀 더 게임을 다양하게 즐기게 됩니다.
보드게임 페스타에 가서 무슨 뽑기를 해서 받은 카드게임이 있었는데요. 너무 재미 없는 협력게임이라 그냥 아이에게 장난감으로 쓰라고 줬더니 너무나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같이 그 게임을 하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카드를 들여다보니
구성품이 숫자 1부터 10까지 적혀있는 카드가 대부분이고 나머지 특수카드 몇장이 있었어요. 특수카드는 다 빼버리고 숫자카드만으로 그냥 나눠가진 후에 한장씩 카드를 내서 큰수가 먹기, 작은수가 먹기를 했는데요.
숫자를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그냥 그 게임을 참 좋아하더라구요.
지금 여섯살인 아이는 숫자를 5까지 아는데요(아,.... 좀... 느리죠.... 그러니까 보드게임에 교육적인 효과가 제로라는 놀라운 반증? 혹은 저희 아이가 좀... 늦되....쿨럭). 지금까지도 이 큰수가 먹기, 작은수가 먹기 카드 게임을 참 좋아합니다.
이젠 제법 저희를 흉내내서... 그 낡은 카드에 슬리브까지 씌웠다는.... -.-;;
암튼 이렇게 단순한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저희 부부는 보드게임 페스타에 가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픽미업, 카멜롯의 전설, 늑대가나타났다, 빨간모자 를 제법 하더라는말이죠.
그렇다고 그 비싼 게임들을 사기는 좀....그래서 플라잉 후라이팬이란 초특가세일 게임과(구성품에 후라이팬이 있어서 샀어요. 아이에게 아직 소꿉놀이 장난감이 없던 시절이라. 소꿉놀이 장난감으로 사용하게 해주면 좋아할것 같아서요.) 카르카손을 사왔어요.
카르카손은 이미 예전에 제가 팔아버린 게임이었는데.... 아이가 생기니.. 그런 게임을 다시 돈 주고 새로 구입하게 되더라구요. -.-;;
아무튼 이런 참담한 세상이 도래하기 전에는 보드게임 콘, 보드게임 페스타, 심지어 지역 고등학교에서도 보드게임 축제를 열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곳에서 아이는 정말 다양한 게임을 접해보았어요. 제가 이름도 다 기억하지 못하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아이들용 게임이 있더라구요.
그런데 이제는.... 대문 밖은 위험한 세상이 되었으니.... ㅠㅠ
아이가 직접 해보고 아이 성향에 맞는 게임을 선택하기가 참 어렵게 되버렸지 무업니까.
아무튼 플라잉 후라이팬은 다양한 토핑이 올라간 팬케이크를 후라이팬 위에 올리고 뒤집어서 어떤 토핑이었는지 맞추는 게임입니다.
나름 괜찮아요. 먹는걸 참 좋아하는 아이는 이 게임을 아직까지도 좋아한답니다.
그리고 카르카손.
이건 정말 놀라워요.
4살이 되었다고 해도 아이는 이제 두돌을 갓 넘겼는데요. 타일 붙이는 규칙을 정확하게 이해하더라구요. 오히려 스마트하지 못한 어른보다 훨씬 더 잘 이해합니다.
물론 점수계산은 설명해주지도 않았어요.
카르카손은 플레이타임이 25분에서 35분이 걸리는데요. 그래도 아이가 어려서인지 25분이 넘어가면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져버립니다. 그래서 저희부부는 25분 안에 게임을 끝내기 위해서 최대한 장고를 피합니다. 하지만 이게 또 게임을 하다보면... 빠져들어서.... -.-;; 암튼 아이의 집중시간을 고려하여 게임을 선택하는건 정말 중요해요.
자칫 행복한 가족보드게임 시간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거든요.
아이가 조금 흐트러져도
기다려주세요.
하지만 보드게임을 할때 지켜야할 기본적인 예의는 처음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게임을 세팅하고 같이 정리하는거요.
이건 처음 도블을 가르칠때부터 분명히 해주었어요.
저희 부부는 카르카손의 성공에 고무되어 바로 퀸도미노를 구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역시나 아이는 타일 붙이는 규칙을 정확하게 이해하더라구요. 카르카손보다 조금 더 까다로운데도 말이죠.
그래서 다시 퀸도미노 확장인 킹도미노를 구입합니다.
이제부터는 아이와 같이 하는 보드게임이 즐겁기까지 합니다. 이정도 수준까지 올라오면 부모도 즐거울 수 밖에 없거든요.
티켓투라이드도 이 무렵 같이 해보았는데요
게임 플레이타임이 60분정도로 길기때문에 끝까지 화기애애하게 게임하는데는 무리가 좀 있어요.
아이가 아주 컨디션이 좋은 아침 시간에만 행복한 게임이 가능했습니다.
티켓투라이드는 가끔 쥬니어를 구입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비추입니다. 이건 레고 듀플로를 사는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듀플로는 시시하고 사용기간도 짧죠. 그렇지만 비쌉니다.
그냥 처음부터 레고를 사주는게 좋다고 생각하는 제 입장에서는
티켓투라이드도 쥬니어는 거르시는게.
그냥 룰을 약간만 간소화해서 같이 하시며 충분합니다.
그리고 과천과학관에 나들이 갔다가 치키멍키를 구입하게 되는데요. 이 게임 역시 지금까지도 아이가 참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아이 게임은 정말 돈이 안아까운거 같아요.
본전 이상 뽑거든요. ^_______^
그리고 시간은 흘러 아이는 5살이 됩니다.
티켓투라이드를 할때 처음엔 아이에게 티켓을 주지 않았는데요. 엄마 아빠가 티켓을 받아서 선로 연결하는걸 보더니 어느순간부터 자기도 티켓을 한장 달라고 하더니 목표대로 철로를 만들더라구요. 5살이 되니 뭔가 달라지긴 하더라구요.
5살이 된 아이는 자신감이 가득합니다.
이제 숫자를 셋까지 셀 줄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자기는 자동차게임(칸반:어른들도 어려워하는 난이도 높은 게임이에요), 공룡게임(공룡섬:어려운 게임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가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게임)을 할 수 있다고 같이 하자고 고집을 부리기 시자하더라구요.
그래서 실제로 저희 부부는 아이와 칸반, 공룡섬을 하기도 했습니다. -.-;; 뭐... 제대로 게임이 되진 않았어요. 그래도 아이는 아주 즐거워했다라는.... 그리고 트롤 플레이어와 3인플을 하는 느낌으로 저희 부부도 즐겁게 했답니다.
아무튼 5살이 된 아이의 세상에 전대미문의 역병이 닥쳐오게 됩니다.
병설유치원에 입학 예정이었던 아이는.... 방과후과정반이 아니어서.... 그냥 전처럼 계속 저와 집에 머물게 됩니다.
-.-;;
집에서 뭐하겠어요.
매일 킹도미노+퀸도미노를 한 거 같아요. ㅠㅠ
그리고 아이가 47개월이 될 즈음. 스플렌더를 선물로 받게 됩니다.
이걸 뭐... 애가 이해하겠어? 그래서 정말 무성의하게 룰 설명을 해주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하더라구요. 아직 숫자를 잘 몰라서 4개부터는 "둘 둘"이라고 해줘야 아는 아이거든요. 5개는 "두개 두개 한개" 6개는 "두개 두개 두개" 이런식으로 해야 알아듣는 아인데.... 스플렌더를 하다니요.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자신이 가진 보석 안에서 가져올 수 있는 카드가 뭐뭐가 있는지도 잘 찾구요. 노란색 조커의 활용까지 완벽하게 하더란 말이죠.
아.. 적다보니 자랑인거같기도 한데요. 그렇지는 않아요.
사실... 5살인 딸아이 친구들 중에는 영어책을 너무 잘 읽어서 영어 학습지 모델을 하는 아이도 있어요. 한글로 자기 이름도 척척 쓰고요.
5살때 그정도 차이였는데.... 6살이 된 지금이라고 뭐 달라진게 있겠습니까.
아무튼 아이는 스플렌더에 완전히 반했어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 나가면 스플렌더를 세팅해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엄마 이렇게 세팅하는거 맞지?"라고 물어보면서 뿌듯해하는데... 정말 귀엽더라구요
(스플렌더에는 초록, 노랑, 파랑 카드가 있는데 아이는 제일 위에 있던 파랑카드로만 세팅해놨더라구요. ㅋㅋㅋ 그래도 엄마랑 이인플이라고 보석은 두개씩, 조커는 전부 꺼내놓은 센스에 감동)
아이는 숫자를 3까지만 아는데도
스플렌더를 할때는 자연스럽게 뺄셈을 하더라구요.
그리고 귀족카드를 가져오기 위해 킵 액션도 잘 활용하구요.
49개월에는 아이가 늑대가나타났다를 너무 갖고 싶어해서 사주었어요.
그런데 이 게임은....의외로 잘 안하네요. ㅠㅠ 자기가 갖고 싶어했으면서....
행복한 바오밥게임은 할인도 거의 안해서 비싼데 말이죠.
지금 아이는 만으로 50개월이구요. 6살입니다.
지난 일요일에 코로나로 인해 동네 보드게임까페가 폐업수순을 밟게 되어 정리할인을 한다기에 아이랑 가보았어요.
톡톡 우드맨이 단돈 2,000원(상태 매우 나빴으나 이런 게임 상태야 뭐.... 문제될게 없죠)
그리고 전부터 게임 매커니즘이 독특해서 관심 있었던 상태 좋은 폴드잇이 9,000원.
마침 아이도 두 게임에 관심을 보여서 사왔거든요.
집에 오자마자 톡톡 우드맨을 한번 하고
저와 남편이 집안일 하느라 자리를 비웠는데요
아이가 혼자 폴드잇 상자를 열고 해봤나봐요.
"이렇게 하는거구나~"라더니.... 손수건을 착착 접는데..... 저랑 남편이 처음으로 우리 딸 혹시 천재 아니야? 라고 생각했답니다. 혼자서 게임 방법을 알아내다니요!
아직은 빨간 카드는 어려워서 제가 힌트를 줘야 하지만 초록색카드는 잘 하더라구요.
저희집이 조금 특수한 환경일 수는 있어요.
방 하나는 게임방이어서 여가시간에 하는 게임이 300개 정도 채워져 있어요.
어려서부터 보드게임 하는 엄마 아빠를 봐서 관심을 갖게 된건지도 모르겠어요.
아이가 보드게임 하는걸 보면 주변에서 게임을 추천해달라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요.
뭐 하나 딱 추천드리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게임이라고해서 모두가 좋아할 수 없듯이
우리 아이가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아이가 좋아할지도 잘 모르겠구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아빠가 해보고 재미 있으면 아이에게 가르쳐서 같이 하는거에요.
엄마아빠가 해보고 재미 없는 게임은 애초에 집에 들이면 안되요.
8살 아들과 부루마블을 하루종일 하면서 피폐해지는 지인이 있거든요.
부루마블이라니... 생각만해도 피곤합니다.
보드게임이 아이 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의 눈도 빛나게 할 수 있다는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적은건데....
글재주가 없어서 내용이 좀 산으로 간 느낌.
집안에서 가족끼리 할 수 있는 정말 훌륭한 놀이니까 많이들 즐겁게 하시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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