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리뷰

낭만주의 거장 차이코프스키&라흐마니노프&베토벤

메이메이 2024. 2. 1. 20:06

 

 

19세기부터 20세기를 아우르는 낭만주의 거장들의 곡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공연.

콘서트홀에 앉아서 음악 듣는거 좋아하는 친구랑 갈까 했으나 

이번에는 어머니가 시간이 된다 하셔서 함께 했답니다.

 

엄마랑 이런 공연을 관람한건 20여년 전에 예술의 전당에서였어요. 피아노를 전공한 친구가 티켓을 두 장 줘서 엄마랑 갔었는데 엄마가 그때 무척 감격하셨던 기억이 나더라구요. 

엄마랑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가 협연하는 공연도 한 번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더라구요.

 

콘서트홀에 도착한 엄마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피곤해하셨어요

 

"원래대로면 집에서 누워있을 시간인데 이러고 있으니까 졸리다" -.-;; 아.. 최상의 컨디션에서 들어도 졸음이 올 수 있는데... 이를 어쩌나... 걱정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다행히

 

엄마가 베토벤은 아셔서 반가워 하셨어요

아예 다 모르는 작곡가인것 보다는 훨씬 좋은 상황 아니었나 싶습니다.

 

 

엄마 모시고 갔는데 좌석이 VIP석이어서 정말 

 

으쓱~  했어요.

 

이미 일흔을 훌쩍 넘긴 엄마는 왼쪽 귀가 잘 안들리세요.

 

그래서 오늘쪽 귀로 잘 들으실 수 있게 자리를 바꿔 앉았답니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자.

 

정말 마법같은 시간이 시작된것 같았어요.

 

시작하기 전엔 눈이 감긴다며 졸리다고 하셨던 엄마가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즐겁게 관람하시더라구요. 악장 사이사이 사람들이 기침하는 시간에는 소녀처럼 흥분해서

너무 재미있다고 저한테 얘기 하시더라구요.

 

다만 차이코프스키를 베토벤이냐고 물으시긴 했어요. ㅎㅎ 

 

저 개인적으로는 낭만주의 음악은 항상 졸렸는데 이 날은 제가 좋아하는 최영선 지휘자여서였을까요.

하나도 졸리지 않더라구요.

 

최영선 지휘자의 춤을 추는 듯한 지휘가 정말 좋아요.

 

게다가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피아니스트의 화려한 피아노~ 

그리고 한상일 피아니스트의 절제된 움직임.

 

제가 피아노 선생님한테 저도 라흐마니노프 치고 싶어요! 라고 했더니 안된다고 그건 못친다고 단칼에 제 꿈을 잘라버리셨는데요.

한상일 피아니스트의 손길을 보니

(제 자리에서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정말 잘 보이더라구요)

아.... 불가능하겠구나. 싶더라구요.

 

마흔이 넘어 시작하는 피아노 학생의 현실은 모짜르트, 베토벤이 한계겠지만(그나마도 쉬운 곡, 쉬운 악장 위주)

그런 제게도 한번씩 피아노의 슬럼프가 오거든요.

지금 제가 딱 그런 시기였는데

 

낭만주의 거장 공연을 보고 다시금 의지가 불타올랐습니다.

 

피아노 권태기였던 제게는 새로운 활력을

일흔이 넘은 노모에게는 꿈결처럼 아름다운 시간이 된 좋은 공연이었답니다.

 

 

 

누군가는 그래요. 클래식을 너무 몰라서 내가 가서 잘 즐길 수 있을까? 걱정이라구요.

 

하지만 저희 어머니. 정말 클래식이라고는 딸들이 치는 피아노 연주가 다인 분인데

 

행복한 시간이셨다고 하더라구요.

 

게다가 롯데콘서트홀이 너무 웅장하고 아름다워서

 

엄마에게 큰 효도하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너무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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