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몽당연필같지도 않은
꽤 긴 연필도 버려지는걸 많이 본다.
연필이 너무 흔해져서일까
내가 어릴땐 연필 한 자루도 귀해서 볼펜대에 끼워서 사용하고 연필깍기로 깍아서 깍여나가는 흑연이 아까워서 칼로 깍아 쓰곤 했는데
주변에 학원은 운영하는 분이 계신데
내가 짧아진 몽당연필도 버리지 않고 볼펜대에 끼워서 사용하고
아이도 어릴때부터 연필을 그렇게 끝까지 사용하도록 했다고 했더니
놀라시면서
“사실은 학원에서 연필이 너무 많이 버려져서 아까운데요 가져다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어보시기에
좋다고 했다.
그리고 가지고 오신 연필을 봤는데
이건 몽당 연필이라고 볼 수도 없이 긴 연필들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손에 잡히고 몽당이라고 할 수도 없는데요.”
“그정도만 되도 아이들이 안써요. 요즘 애들은 필통을 안가지고 다니고 학원에서 다 연필을 줘야하는데 그정도만 되도 아이들이 쓰질 않으니 다 버려지죠”
사실 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나처럼 연필을 끝까지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몽당연필을 모으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 되었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때
회사에서 연필로 메모를 하면서 사용하고 다 쓴 몽당 연필을 그냥 조그만 유리병에 담아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를 퇴사할때면 그 유리병 안에 담겨 있던 몽당연필이 몇개인가 세어보고 버리면서 그만두곤 했는데
몽당연필이 이렇게나 많아진건
아이를 키우면서 같이 사용한 연필들을 모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지금 8살.

그냥 몽당연필들이 담고 있는 아이와 나의 시간. 추억이 소중하고 감사해서 모으고 있다.
그리고 귀엽기도 하다. ^_^
연필은 모두 뭉툭해지면 한꺼번에 깍곤한다.
모나미153볼펜대는 요즘 구하기가 힘들 정도로 귀해졌다.
그래서 호미화방에서 구입한 연필깍지도 있다.
하지만 친구가 이걸 보고 “갬성이 없잖아. 이건 안된다고”라고 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유리병이 조금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린 딸아이가 자꾸 들고 다니기도 해서 이번엔 플라스틱 통에 모으고 있다.
연남동인가에 몽당연필을 가지고 가면 새 연필로 바꿔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내가 가지고 가볼까 했더니
갬성을 찾았던 친구가
“이건 못주지. 이건 너무 귀하다구”라고 만류했다.
ㅎㅎ
딴은 그렇다.
나랑 딸아이의 기억과 시간을 담고 있는 연필들인걸.
새연필이요?
ㅎㅎ
사실 저희집엔 이미 평생 써도 다 못쓸 많은 연필이 있답니다.
아이에겐 사촌언니 오빠들이 무려 6명이나 있거든요.
그냥 오랜만에 몽당연필을 보며 친구랑 이야기 나누고 생각나서 몽당연필에 대한 잡담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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