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는 책이야기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

메이메이 2024. 12. 27. 23:30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저작권의 역사

데이비드 벨로스, 알렉상드르 몬터규
이영아 옮김
현암사



저작권이란 말은 이제 너무 흔해서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요즘 젊은이들도 모두 매일 접하고 있는 대중적인 개념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몇년 전에 친구가 딸아이 돌잔치 영상을 유투브에 올렸는데 어디선가 이 영상에 대해서 저작권 침해로 블라인드 처리를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사실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어떤 처리였는지 구체적인 절차는 기억이 안난다).

그래서 아이 영상인데 왠 저작권 침해?

물었더니

영상 배경에 깔린 음악이 문제였다고 했다.

그냥 흔하게 듣는 유행가였는데
듣고보니 그랬다.
그래. 그 노래의 작곡가와 작사가, 노래를 부른 가수까지 있는데 그 노래를 아이 돌잔치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면 안되는거였구나.

또 그런 일도 있었다.
그림책을 구입했는데 글밥이 너무 많아서 유투브를 검색했더니 책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신나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대신 영상을 옆에 틀어두고 내가 읽어주는걸 대신하려 했는데

영상 속 성우(직업 성우는 아니겠지만 이미 유투버의 세계도 프로의 세계같긴하다)는 책을 그대로 읽지 않고 약간 설명해주듯이 겅중겅중 건너뛰어버렸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댓글로 내용 전체를 읽어주지 않느냐 그게 더 좋다고 요청했더니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대댓글이 달렸다.

  

최근에는 내가 가족끼리 피아노 연주한 영상을 편집해서 유투브에 올렸는데 그 게시글 아래 “저작권”이라는 글이 적혀 있는걸 봤다.

정확하게 어떤 의미로 저작권이란 말이 거기에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추측하건데 동영상을 올린 사람에게 권리가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렇듯 우리는 생활 속에서 흔하게 저작권이라는 말을 보고 듣는다.

하지만 정확하게 그 경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인지

도대체 언제부터 저작권이란 모호한 개념이 우리 삶 속에 끼여든건지

궁금해졌다.

현암사는 법전같은 그런 전문서적을 출판하는 출판사 아니었나? 현암사에서 나온 책이라니 보기도 전부터 이거 전공서적 느낌 아니야? 하면서 펼쳤다.

다행히 400쪽도 안되는 얇은 책이고 내용도 이런저런 다양한 에피소드 중심이라 재미있게 읽힌다.

특히 발자크와 빅토르 위고의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이티, 다빈치 코드 소설 등등 유명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사실 저작권에 대한 저자의 고찰은 정말로 전문적인 수준이어서 한 번 읽어서는 그 안에 얽히고 설킨 이권, 쟁점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지 싶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전엔 무조건 지켜져야하는 권리라고 생각했던 저작권에 대해서 지금은 이게 공정거래 마크만큼이나 허상에 불과한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생겼다.

일상에서 너무나 흔하게 부딪히는 권리니만큼

모두가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혹을 넘기며 어떤 사람의 내가 몰랐던 새로운 의견에 이토록 크게 동요하고 마음이 움직인 적이 없는데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는 내가 갖고 있던 저작권에 대한 개념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놓았다.

이거 개념이 좀 어려운데 싶은 부분도 나오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쭉쭉 읽히고 나같이 고정관념이 강한 사람도 수긍하며 끄덕이게 할 정도로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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