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폭스: 썰매개가 될거야
9호선 타고 가면 바로 갈 수 있는 메가박스 코엑스
이 날은 조카를 데리고 가야해서 2호선으로 갔다.
아.. 정말... 2호선 타고 메가박스 코엑스에... 어린애들을 데리고 가는건 정말... 좀..... 힘들긴 하다.
그래도 2호선 타고 간 덕분에 좋은 구경거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다들 황홀한 표정으로 보면서 찍고 있길래
나도 살짝 찍어보고 구경했다.
아날로그형 인간이라 이런 영상미에 크게 감동을 느끼지는 않지만. ^_^
애들은 피자집에서 피자 먹으라고 두고 혼자 티켓 교환하러.
북극 수호대 카드도 같이 주셔서 좋았다.
애들은 이런 사소한 거에 애정을 느껴서.
아무래도 집 근처에 극장이 많다보니 메가박스까지 갈 일은 없는편이라 이번에 메가박스에 가서 상당히 놀랐다.
나 대학 다닐때 오픈한 극장이니까 정말 오래된 극장인데
좌석이 원래 이렇게 넓직하고 편했나?
컴포트관이어서 그랬던걸까.
좌석이 너무 편해서였는지 아이도
"엄마, 난 뮤지컬보다 영화가 더 좋아"라며... ^_^
심지어 이렇게 분쟁의 여지를 없애주는 선까지 그어져있다.
아.. 금 그어둔걸 보니.. 약간 초딩같다는 유치함이 느껴졌지만
작금의 현실은 혐오의 시대 아니겠는가.
타인이 바로 지옥, 타인이 바로 혐오인 세상에서 이런 구획의 구분은 어쩌면 너무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스노우폭스 영화는 런닝타임이 97분으로 8살인 우리 딸에게는 새로운 도전인 장시간 영화였다.
그래도 너무 다행스럽게도 티켓을 확인하고 들어가서 상여관 옆에 화장실이 있어서
심리적으로 우리 일행은 안심했다.
영화를 보다가 화장실에 가고싶어질까봐 팝콘 등도 안샀으니 화장실에 갈 일은 없을거 같았지만 그래도 애들은 모르니까 말이다.
화장실이 가까이 있는거 너무 좋았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썰매개들을 우상처럼 아이돌처럼 보던 북극여우가 자기도 썰매개가 되겠다는 꿈을 꾸는 이야기다.
우리는 어린이들이 꿈을 꾸길 바란다.
하지만 그 꿈이 "여우가 개가 되는 것"처럼 허황된 꿈이라면?
어린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건 꿈이 없는것보다 어쩌면 더 마음아픈 일일 수도 있다.
스노우 폭스 : 썰매개가 될거야 는 그런 의미에서 만듬새도 좋고 메시지도 좋은 영화다.
여우가 개가 될 필요는 없다. 있는 그대로의 여우인 채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게다가 스위프티는 여우기 때문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스노우 타운을 구하니 말이다.
어느 뇌과학자가 말했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잘 하는 일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잘 하는 일을 하라고 말이다.
(물론 또 여기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든 잘하는 일이든 아무거나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ㅎㅎ)
아이가 영화가 전하는 이 진지한 메시지를 얼마나 이해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하기도 하고 깔깔 웃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면서 런닝타임 내내 집중해서 봤다.
사실 자막 영화를 처음 보는 거여서 나도 아이도 불안했는데
"우리 딸, 영화 내용 다 이해하면서 본거야?" 라고 물었더니 "밑에 글자 나오던데. 재밌게 봤어." ^_____^
어쩌면 자막 읽으랴 영상 보랴 바빠서 더 집중해서 본지도 모르겠다.
초3 조카는 이미 영어를 배우고 있기도 해서 듣기도 어느정도 되고 자막도 보니 더 즐겁게 본 모양이다.
바야흐로 추운 겨울이 왔다.
야외활동은 어렵고
요즘 아이들은 유투브에 익숙해져서 긴 시간 영화를 감상하는게 어려워졌다.
(지금은 영화도 소비하는 시대라고 하니)
이런때에 극장 나들이를 나가면 어떨까.
극장에 설치된 아름다운 트리들 앞에서 사진도 찍고
몇초짜리 릴스, 몇분짜리 유투브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것.
그건 어쩌면 우리의 유년 시절 극장나들이를 간 것 보다 더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다.